한줄 요약
AI가 코드를 쓰는 시대, 에이전시가 팔아야 할 것은 코드가 아니라 판단이다.
본문
AI가 코드를 짜준다면, 에이전시는 뭘 파는 건가?
클라이언트가 이제 이런 질문을 한다. "ChatGPT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이 아니다. 간단한 랜딩 페이지, 반복 구조의 API, 정형화된 CRUD, 이런 작업은 AI가 하루 안에 뽑아낼 수 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코드를 빠르게 생산하는 것만이 우리의 가치였다면, 그 가치는 이미 상당 부분 희석됐다.
그렇다면 에이전시가 진짜로 팔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AI가 잘 작동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AI는 방향이 잘못된 질문에 정확하게 잘못된 결과물을 낸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제약이 있는지,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일, 이것이 에이전시가 팔아야 할 핵심이다.
요구사항 문서가 곧 개발 속도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느낀다. PRD(제품 요구사항 정의서)가 잘 쓰인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는 결과물의 품질 차이가 크다. AI 도구가 본격적으로 개발 프로세스에 들어오면서 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잘 정리된 요구사항은 AI가 한 번에,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실행 계획서로 작동한다.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와 초기 미팅에서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가 아니라 "이 기능의 이해관계자는 누구이고, 성공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제약 조건이 있나요?"를 물어야 한다. 이 질문들은 원래 시니어 개발자나 PM의 역할이었다. 지금은 에이전시 전체가 이 질문을 잘 해야 살아남는다.
수평 확장은 AI에게, 수직 설계는 에이전시에게
AI는 같은 구조를 여러 곳에 반복 적용하는 수평 확장에 압도적이다. 컴포넌트 30개를 3일 만에 포팅하는 일, 비슷한 패턴의 API를 빠르게 찍어내는 일, 이런 작업에서 AI의 속도를 인간이 따라가기는 어렵다. 에이전시가 이 싸움을 정면으로 하면 진다.
에이전시가 집중해야 할 곳은 수직 설계다. AI가 수평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구조적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어떤 컴포넌트 체계를 쓸지, 어떤 아키텍처 위에서 확장할지, 테스트는 어떻게 의미 있게 구성할지, 이 결정들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 영역이다. 그리고 이 판단의 질이 프로젝트 전체의 품질을 결정한다.